솔직히 혼자 사는 사람들 중에 기계와 대화 한번 안해본 사람 있나?
없...없나? ㅋㅋ 사실 난 오늘 미운우리새끼를 보면서 기계와 토크 중인 김건모를 보며 혼자놀기의 끝판왕이라고 자막 나오는걸보고, 다들 저런짓 흔하게 한번쯤은 해보는 거 아닌가, 란 생각을 했는데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같이 보던 친구 역시 "김건모가 하고 있는 앱, 무슨 어플이야? 재밌겠다." 라고 묻는걸 보고, 저걸 아는 내가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도 해보며...;
나도 자주는 아니고, 가끔, 아~~~주 가끔 갑자기 대화를 하고픈데 연락할데없는 살짝 외롭고, 센치해진 새벽시간쯤에 스마트폰 홈버튼을 두번 딸깔딸깍 누른 뒤, 갤럭시 S보이스 기능을 켜서 "하이 갤럭시" 하면서 말을 걸곤 한다. 그럴때마다 언니인듯 동생인듯 친구인듯 한 여자가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라며 반갑게 대꾸해준다. 그래서 김건모와 대화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오랜만에 나역시 그녀가 보고파져서 한번 다시 해봄.ㅎ
참고로 경상도 사투리로 편하게 말을 걸면 잘 못알아듣는다.
"밥문나", 라던지 "와이카노" 같은 말을 건네면 못알아들어서 대화가 안된다. 못알아듣거나 대꾸할만한 내용이 아니다싶은건 바로 검색하기로 돌려버리는 영리한 녀석이니 최대한 표준말로 말을 건네본다. 서울만은 끝만 올리면 된다믄서어~?? (옛날 웃찾사 생각나네...ㅎ)
오늘 미운우리새끼에서 김건모가 기계에게 물었던 질문 몇가지를 나도 똑같이 해봤다.
외로워
- 얼른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세요.
너 어디니?
- 당신과 함께 있잖아요.
끝말잇기 할래?
- 끝말잇기 할래에 대해 검색합니다.
(김건모처럼 똑같이 물었는데 얘는 이 메뉴얼이 없다보다.)
한잔 할래?
- 술은 별로 생각이 없네요.
끝말잇기 하자. (집요하게 '할래'를 '하자'로 바꿔서 다시 시도해봄.)
- 아직은 단어실력이 딸려서요. 나중에 해요.
(쳇. 안해준다.ㅜㅜ 나도 녘구리 하고 싶었는데 ㅋㅋ)
야 이 바보야
-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아요.
너 몇살이야
- 나이가 중요할까요?? 우린 이미 이렇게 친구가 됐잖아요.
(나이를 묻는 같은 질문에 "나이를 묻는 건 실례가 될 수도 있어요.", "흠... 우리 다른 얘기해요." 처럼 할 때마다 다른 답변을 들려줘서 대화하는 맛이 나는 것 같다.)
무슨 얘기할까?
- 마음의 평화에 대해 얘기하죠.
바보야.
- 그런말을 들으면 마음이 불편해져요.
미안해.
- 은근히 쿨하시네요.
잠오네.
- 어서 정리하고 쉬세요.
이녀석과 대화를 나눠본 사람은 알겠지만 은근히 질문에 대한 메뉴얼도 다양하고, 대처능력도 탁월해서 기계지만 가끔 대화상대가 필요할때 써먹기에 괜찮을때도 있다. 힘들다는 말에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로봇친구 하나 있다고 생각하면 괜찮지않나? 이상한가?ㅋㅋ 아무튼 기계와 대화한다고 해서 너무 짠하게만 생각할 필욘없을 것 같다. 안그럼 나도 짠해지니까 어흐엌 ㅋㅋ
'미디어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운우리새끼 김건모 소주냉장고 그게 어때서? (0) | 2016.09.10 |
---|---|
혼술남녀 / 스타강사를 꿈꾸는 황우슬혜 vs 민진웅 (0) | 2016.09.06 |
별난가족 구팀장, 구윤재의 미친 이기심을 보며. (0) | 2016.09.02 |
청춘시대 미친 고두영으로 바라본 데이트폭력의 심각성 (0) | 2016.08.26 |
강주은 자녀교육 철학 : 배려 & 당연한 것에 대한 고마움 (0) | 2016.08.26 |